Canaletto, 2024, hand-painted multiple with archival inkjet, Ed. 26, 45.4 x 100.7 x 15.8 cm
박여숙화랑은 9월 2일부터 30일까지 영국 작가 패트릭 휴즈(Patrick Hughes, b.1939)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0년 개인전 이후 15년 만에 마련된 자리로, 작가의 최신작과 함께 지난 작업의 주요 흐름을 아우르며, 현대 미술에서 가장 독창적인 시각 실험인 ‘리버스펙티브(Reverspective)’의 세계를 선보이며,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포함한 총 23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패트릭 휴즈는 1964년 첫 번째 리버스펙티브 회화를 제작한 이래 50년 넘게 이 기법을 발전시켜 왔다. 리버스펙티브는 나무 구조물 위에 전통적 원근법을 역방향으로 적용한 방식으로, 가장 멀리 있는 지점이 실제로는 가장 가까이에 배치되는 구조를 가진다. 이로 인해 관람자가 작품 앞에서 이동할 때, 그림은 마치 반대 방향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시각적 트릭을 넘어, “우리는 어떻게 세계를 보고, 또 어떻게 그것을 믿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휴즈의 작품은 관람자의 눈과 몸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는 순간, 인식과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일치를 드러낸다. 관람자는 방향 감각을 잃는 대신, 새로운 ‘시각적 진실’을 체험하게 된다.
휴즈는 1961년 런던 메이페어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그는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보스턴, 뉴욕, 파리, 베를린, 암스테르담, 취리히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200여 회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런던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대영도서관(The British Library), 영국 학술원(British Academy), 영국 버밍엄 미술관 및 아트 갤러리 (Birmingham Museums and Art Galleries), 독일 뷔르트 미술관(Würth Museum), 미국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Detroit Institute of Arts), 미국 덴버 미술관(Denver Art Museum),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The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Victoria & Albert Museum), 독일 칼스루에 ZKM 예술·미디어기술센터(ZKM Zentrum für Kunst und Medientechnologie) 한국에서는 렉스필드 컨트리클럽(Rexfield Country Club), 더 스타 휴(The Star Hue), 본태박물관(Bonte Museum) 등 세계 유수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현대 미술사에서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런던 동부 혹스턴에 거주하며 활발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는 그가 지각 심리학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과학박사(Doctor of Science) 학위를 수여했다. 또한 휴즈는 저서 Paradoxymoron: Foolish Wisdom in Words and Pictures를 통해 역설과 유머, 언어와 시각의 관계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사유의 궤적을 보여주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관객에게 ‘모순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눈은 한쪽을 향하지만, 몸은 반대쪽을 향할 때 우리는 그림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믿게 되죠. 평생 동안 눈과 발은 완벽히 동기화되어 왔기에, 그 불일치가 발생하면 우리는 새로운 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술은 공통 언어입니다. 나는 현실주의나 자기 고백적 예술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역설과 유머가 예술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움직임은 생명의 조건입니다. 내 작품은 관람자의 시선과 발걸음 속에서 끊임없이 춤추며 살아 움직입니다.” - 패트릭 휴즈 -
그에게 있어 예술은 단순히 이미지를 제작하는 행위가 아니라 관람자의 지각과 세계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체험이다. 이번 전시는 패트릭 휴즈의 리버스펙티브가 보여주는 시각적·철학적 역설을 집중 조명하며, 전시장은 최신작과 주요 작품을 함께 구성해 그의 예술적 여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움직이는 그림’은 단순한 착시가 아니라, 현실과 인식의 불일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진실이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방향 감각을 잃는 대신, 세계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감각을 얻게 된다. 이는 현대 시각문화 전반에 대한 도전이자 질문으로 이어진다.
패트릭 휴즈의 작품은 단순한 착시가 아닌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흔들며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움직임 속의 역설을 통해 예술과 인식의 경계에서 새로운 대화를 열어갈 것이다.
Magritte, 2024, oil and collage on board, 91.9 x 61.7 x 31.2 cm
한편, 박여숙화랑은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단순한 감상을 넘어 세계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특별한 체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여숙화랑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38길 3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