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은 <사자(死者)의 서(書)>를 9월 17일(수)부터 20일(토)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24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지적이고 감각적인 춤의 경전‘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매진을 기록했던 작품이다. 관객의 꾸준한 재공연 요청에 힘입어 2025-2026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의 첫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사자의 서>는 티베트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아, 망자가 죽음 이후 49일간 겪는 내세의 여정을 강렬한 춤과 에너지로 그려낸 작품이다. 안무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종덕이 맡았으며,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무대 미학으로 풀어낸다.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돼 죽음 후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1장 ‘의식의 바다’는 죽음을 애도하는 제의로 시작, 저승사자가 등장해 망자를 사후세계로 인도한다.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죽음을 애도하는 살아있는 자들의 군무로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2장은 ‘상념의 바다’로, 망자의 지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년기부터 장년기까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삶에서 겪는 기쁨과 슬픔, 회한과 체념 등 감정의 굴곡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마지막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반복 움직임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세계가 연결된다는 성찰과 위로를 전한다.
이번 재공연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흐름을 보다 압축적으로 재구성하고, 캐스팅에도 변화를 주었다. 초연 당시 2인의 남성 무용수가 맡았던 망자 역은 이번에 성별 구분 없이 5인의 국립무용단 주역 무용수가 번갈아 맡아 인물의 다층적 해석과 신체 표현의 다양성을 더한다.
초연 멤버 조용진을 비롯해 관록의 장현수·김미애, 강렬한 에너지를 지닌 박소영·이태웅이 출연해 각기 다른 색채를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은 현대무용가이자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산조> 작곡에 참여한 김재덕과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 황진아가 맡았다. 망자의 애절함과 사후세계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해 주는 음악이 작품 서사에 힘을 실어준다.
극의 미장센은 무대디자이너 이태섭과 조명디자이너 장석영, 영상디자이너 황정남, 의상디자이너 노현주가 담당하며, 양 벽면과 바닥이 백색으로 이어져 있는 무대는 장면에 따라 조각조각 나뉘고 회전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신비한 이미지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의상은 전통 복식의 틀을 고수하면서도 치마의 긴 트임과 찢긴 듯한 끝자락 등을 활용해 제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한편, 국립무용단은 매 공연 종료 후 주역 무용수들의 사인회를 진행해 관객과 더욱 가깝게 소통할 기회를 마련했다.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국립무용단
1962년에 창단된 국립무용단은 국립극장의 전속단체로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을 목표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초대 단장인 송범을 시작으로 조흥동·최현·국수호·김현자·배정혜·윤성주·김상덕·손인영에 이어 현재 김종덕이 예술감독 겸 단장을 맡고 있다. 당대 최고의 춤 예술가들의 지도하에 전통과 민속춤을 계승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동시대의 관객이 감동할 수 있는 현대적인 작품 개발을 위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레퍼토리로는 전통춤 모둠 <코리아 환타지>, 무용극 <춤, 춘향>, 세련된 한국 춤 <묵향> <향연>, 해외 안무가와의 협업으로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 춤의 가능성을 확장한 <회오리> <시간의 나이> 등이 있으며, 전통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미학의 춤 예술로 한국창작무용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한국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국립무용단원은 역동적이고, 세련된 춤사위로 관객에게 행복한 미적 체험을 선사한다. 국립무용단은 현재의 감동이자 미래의 전통이 될 풍성한 레퍼토리와 신작 개발을 위해 쉼 없이 정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