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갤러리(14) 배우식 시 - 흘러내리는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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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4 15:50 | 최종 수정 2022.03.1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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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내리는 도시에서
열어보지 않은 구름이 앉아 있다 낯선 길옆의 낯
선 새들이 뛰어나와 걷고 있고 무작정 건물을 기
다리는 사람들
사실적인 주소를 잃어버리고
여기는 흘러내리는 도시입니까
미끄러지는 언어가
두려움을 맞보고 비명을 마신다 엉겁결에 책방에
들어간 나의 입술은 하염없이
풍경을 물고 날아다니거나 별 속에 별이 있고 그
별 속에 또 별이 있는 나비를 따라간다 뜻밖의 밤
하늘을 먹으며 캄캄한 광장의 모퉁이에서
우두커니 노래한다 다양한 하모니카 구멍에 붙어
있는 음들이 튀어나와
삐딱함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뛰어오르고 또 뛰어
오르며 오토바이 뒤를 따라간다 바닥으로 떨어지
는 음들은 떨어진 자리에서
마구 흔들어댄다 새로운 츄파춥스가 목덜미를 잡
고 억측으로 쓸려 다닌다
아무도 모르는 길 위를 떠다니며
시인 배 우 식
2003년 《시문학》,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중앙대학교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시집 :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외 다수
조운문학상 등 수상. 시 「북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각각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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