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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만난 봄꽃 ‘진달래꽃’과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김태후 기자 승인 2024.03.28 02:28 | 최종 수정 2024.03.28 02:31 의견 0
3월, 효창공원에서 만난 진달래꽃


3월의 어느 휴일 날, 효창공원에서 마주친 진달래꽃 몇 무더기, 다른 꽃들은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화사한 진분홍의 얼굴들이 유독 눈에 띈다.

오래전 학창시절에 만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시대와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청자(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사랑을 받아온 애송시 ‘진달래꽃’을 만나보자.

‘진달래꽃’은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 이의 마음을 노래한 서정시다.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서시’ 등 애송시 중에서도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초혼’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시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진달래꽃은 이별의 정한을 감내하고자 하는 향토적이고 여성적인 목소리가 특징이며, 진달래꽃 시에는 대표적인 비유인 ‘반어’가 숨어있다,

이어령 교수의 해석에 의하면, 시 전체는 현재시제가 아닌 미래시제에 가까운 가정법으로 쓰였다. 죽, 시의 화자는 현재 님과 이별한 상태가 아니라 미래에 님과 이별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 또한 진달래꽃을 가시는 길에 뿌린다는 3연의 의미가 님이 화자에게 이별을 말하고 돌아서는 길에도 이 시의 서정적 자아인 ‘말없이 고이’ 님을 보내면서 님이 떠나는 그 길 위에 손수 진달래꽃을 뿌려 놓아 님을 축복한다고 하지만, ‘미래에 님이 화자에게 이별을 말하고 걸음을 옮기면 마치 님이 화자의 피를 밟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내용이다.

3연의 ‘사뿐히 즈려밟다’는 가볍게 발을 내딛는다는 평안도 사투리로 ‘소리없는 아우성’과 같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님에게 사뿐히 즈려 밟고 가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변치 않은 사랑의 마음을 님에게 보여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꽃을 밟고 ‘나’를 밟고 님이 (죽음 저편으로) 떠날지라도 님의 발목을 잡아두겠다는 의도이다.

마지막 4연에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쓰여 있지만, 사실인 내용과 반대로 말하는 표현방법인 ‘반어법’이고, 사실은 눈물을 많이 흘리겠다는 뜻이다.

진달래꽃은 사랑의 마음을 표상하는 상징물로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화자는 님을 사랑하지만 님이 떠나간다면, 배웅하여 떠나보내면서 이별은 슬프지만 슬품이나 눈물은 보이지 않겠다는 비장한 마음을 표현한 우리 민족의 이별의 정한인 애이불비(愛而不悲)를 아름답게 시화한 작품이다.

한편, 진달래꽃은 1922년 7월 잡지 <개벽> 25호에 실렸다. 이후 김소월 시인은 동명의 시집 <진달내꽃>을 1925년 12월 26일 발간하여 이 시를 실었다. 시집 <진달내꽃>의 초판본은 2011년 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진달래꽃


진달래꽃

김소월 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 시 <진달래꽃>의 원문

시인 김소월

(본명 김정식, 1902~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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