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서정시학, 석연경 네 번째 시집 <탕탕> 출간

김태후 기자 승인 2024.03.28 17:01 의견 0

석연경 시인


최근 도서출판 서정시학에서 석연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탕탕>을 출간했다.

석연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탕탕>은 우리네 깊은 속내와 우주 태초를 감촉하고 있다. 캄캄한 혼돈 속 뭔지 모를 것들이 그리움으로 서로서로 뭉치다 폭발해 우주를 낳고 있는 빅뱅(Bing Bang)의 빛이다. 기성의 모든 알음알이 다 벗어던지고 참 나와 참진 세계, 본지풍광本地風光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탕, 탕 내리치는 죽비 소리다.

그런 빛과 소리를 보고 듣게 하는 상상력과 이미지의 스케일이 참 크고도 깊다. 언어로 다가갈 수 없는 가없는 것들을 감촉하고 어떻게든 전하려 온몸의 감각을 예민하게 세운 이미지들이 생생하다. 시공을 초월해 비약하는 상상력이 환상적인 시집이 <탕탕>이다.

<탕탕>은 또 태초로 돌아가 너와 내가 하나로 어우러지려는 사랑 시집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 끝과 시작, 있고 없음, 가고 옴의 상반이나 구별도 없애고 있다. 그리하여 긍정과 부정 등 인간의 인식도 넘어서 ‘아니다, 그렇다’는 불연기연不然其然의 대긍정 문법으로 지금은 나뉘어 서럽고 슬픈 우주 삼라만상을 서로 간절한 하나로 묶었다.

“사랑을 읊조리는 동안 오로라가 빛나고 은하수가 흐르고 꽃이 피고 눈이 내렸다. 사랑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시詩 안에 사랑이 있었다.” 이번 시집 앞에 실린 ‘시인의 말’이다. 서로 나뉘어 둘이 아닌 하나의 온전한 세계, 일즉전 다즉일 一卽全 多卽一의 화엄세계를 간절한 사랑으로 보여주겠다는 시집이 <탕탕>이다.

석연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탕탕>표지


“나는 벌거벗은 태초의 여자/여기는 땅과 바다의 접점/끝과 시작은 같아서/무량한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젖이 돈다/따뜻하고 축축한 허공에서/알 수 없고 말할 수 없던/기름진 땅이 펼쳐져 나오고//스스로 그러한 풍경//거대한 화엄의 은하가 흐른다”

– ‘빛의 무량한 소리를 듣다’ 부분

땅과 바다의 접점 풍경이 허공으로 내면화되면서 공空과 무無의 철학도 낳고 있다. 시인은 ‘젖이 돈다’는 역동적 이미지로 그런 우주적 기운 혹은 항산성恒産性과 일치된 여신 같은 여성성을 감촉해내고 있다. 그래 ‘스스로 그러한 풍경’, 자연에서 화엄세계를 봐내고 있는 것이다.

너와 나는 하나라는 ‘동일성의 시학’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순간에 묶는 ‘순간성의 시학’이 동서고금 시의 강심수로 흐르는 서정의 양대 시학. 이런 서정시학은 불교나 실존주의 세계관, 특히 한순간 문득 깨치는 선禪의 핵심인 돈오각성頓悟覺醒이나 본지풍광과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 깊이 있는 시집이 <탕탕>이다.

‘드러낼 수 없는 가없는 것들을 생생히 감촉하려는 시편들’

- 이경철(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한편, 석연경 시인은 경남 밀양 출생으로 청소년시절에 시 동인 활동 시작하면서 2013년 <시와 문화>(시), 2015년 <시와 세계>(평론) 등단했으며,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탕탕> 사찰시사진집 <둥근 거울> 정원시선집 <우주의 정원> 힐링잠언시사진집 <숲길> 시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 등 저서를 출간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현재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으로 시와 평론을 통해 다양하고 왕성한 시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E-mail: wuju0219@naver.com)

저작권자 ⓒ 뉴스문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