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경쟁부문을 신설해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이란, 타지키스탄, 스리랑카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14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영화를 조망하며 동시대 영화의 흐름과 새로운 영화 언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경쟁부문 시상은 폐막식에서 진행되는 부산 어워드에서 대상·감독상·심사위원 특별상·배우상·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가린다. 수상자에게는 세계적 거장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컨셉 디자인을 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아시아 거장들의 귀환과 신예 감독의 신선한 도전
첫 경쟁부문 선정작에는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귀환이 먼저 눈에 띈다. 아시아의 거장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은 중국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옛 연인을 좇는 여인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과 유머로 그려냈고, ‘이미지의 주술사’ 비간 감독의 <광야시대>는 여섯 개의 시간과 에피소드를 교차시키며 영화와 역사, 기억을 잇는 대서사시를 펼친다. 또한 스리랑카의 세계적인 감독, 비묵티 자야순다라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스타>에서 SF와 미스터리를 오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묵직하게 구축했다.
신예 감독들의 신선한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한창록 감독은 도발적인 활기를 가득 담은 데뷔작 <충충충>으로, 유재인 감독은 담당 교사와의 비밀 연애와 임신을 겪는 여고생의 삶을 섬세하게 포착한 <지우러 가는 길>로 강렬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타지키스탄의 이저벨 칼란다는 시적 영상미로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또 다른 탄생>을 선보이며, 아시아 영화의 지평을 넓힌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서기의 놀라운 연출 데뷔작 <소녀>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모녀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고, 일본의 신예 시가야 다이스케는 <고양이를 놓아줘>에서 시간과 기억을 탐구하는 독창적 시선을 담아 신인답지 않은 파격적이고 대담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국제 영화계의 화제작도 다수 포진
심은경이 출연한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여행과 나날>은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했고,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화제를 모은 쩌우스칭 감독의 <왼손잡이 소녀>는 션 베이커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타이베이로 이주한 세 모녀의 일상을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조감독 출신 나가타 고토 감독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는 세 인물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마주하는 범죄 사건을 서스펜스로 풀어내며, 현대 대도시의 불안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리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창의적으로 계승한 이란 감독 하산 나제르의 신작 <허락되지 않은>은 현재 이란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영화 그 자체에 관한 사유를 이어가며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탐구한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
한국 감독들의 활약도 이어진다. 데뷔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관객상을 받았던 임선애 감독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은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내고, 전작 모두 부산에 초청됐던 이제한 감독의 <다른 이름으로>는 폐암 선고를 받은 영화감독이 마지막 영화를 완성하려는 여정을 통해 삶과 죽음을 성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