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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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14:24 | 최종 수정 2024.04.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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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세계<10> 현대시 - 짭짤한
짭짤한
김태후
천천히 말라간다 가슴을 내려놓고
생각들을 쓸고
어제를 좋아하던 꽃은
하루치를 덧셈한다
베란다 문을 열고
익어가는 언어들이
가계부를 펼친다
너는 가계부와 함께
짭짤한 냉장고에 파고드는 맛이
레시피들을 담는다
몇 개의 뚜껑을 연다
뚜껑 속에 숙성된 몇 개의
익은 초록은
앞치마 위로 피어오를 것 같은
꽃향기가 퍼진다
한 무더기의
접시를 부른다
해바라기 씨가 프라이팬이
소스와 오일 위로 눕는다
식초가 점령한 소금과 설탕은
열이 오르고 몸살 난 듯
씨를 머금은 식칼을 잡고
초록이 흘러내리고
초록을 발라내고
초록이 가열되고
초록
그래 토마토 맛이야
- 김태후 세 번째 시집 <워킹모델K>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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