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은 오는 12월 4일(목)부터 7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바그너의 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국내 초연한다.
평소와는 달리 평일 공연이 3시에 시작된다. 이 작품은 각 90분씩 총 3막으로 구성되며 두 차례의 인터미션을 합쳐 총 340분에 이르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바그너 예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퇴임 1년을 남겨두고 있는 최상호 단장 겸 예술감독이 2년 동안 준비한 야심작이다.
그는 지난 17일 열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이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쌓아온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제작의 중요한 정점이자 한국 오페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이정표가 될 것 이라고 했다. 이 작품을 위해 2년 전부터 계획하고, 최 단장이 직접 서울시향 음악감독인 츠베덴과 연출가 메르키를 찾아가 오페라에 합류하도록 설득했다. 임기의 마지막 작품에 온 힘을 다해서 작품에 쏟아 넣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주목되는 점은 서울시향이 13년 만에 오페라 연주에 함께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바그너 스페셜리스트'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만큼 섬세한 긴장감과 압도적 음향미가 기대된다.
츠베덴은 "뮤지션의 입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출가, 지휘자 등이 함께하는 오페라는 최고의 예술 형태"라며 "작품을 보고 듣고 연주할 생각을 하니까 마치 사탕 가게에 와있는 것 같은 흥분감을 감출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탕 가게에 와있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2024년 <탄호이저>로 시작된 '바그너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로, 바그너 예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통해 내면의 깊은 욕망과 초월적 사랑을 탐구하는 여정을 이어간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현대음악의 시작에 결정적 영향을 준 바그너의 대표작으로, 독일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담고 있다.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막이 무대화되는 만큼 바그너 예술의 정수를 구현하기 위해 세계적인 제작진들이 뭉쳤다. 연출을 맡은 스위스 출신 슈테판 메르키는 2023년 코트부스 국립극장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보이며 유럽 전역에서 주목 받았다. 그는 이번 프로덕션에 관해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죽음이 사랑의 종말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의 자유'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해석하고, 원작의 바다 위 항해를 '우주로의 여정'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트리스탄과 이졸데 두번째 의상 이미지
무대 위 트리스탄의 모든 고뇌 담는 헬덴테너
사랑의 색채와 울림을 완성하는 소프라노
이번 공연에 바그네리안의 마음을 사로잡을 스페셜리스트들이 대거 참여한다. 트리스탄 역에는 당대 최고의 헬덴테너, 스튜어트 스켈톤이 맡는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그의 대표 레파토리로 “어두운 음색을 갖고 트리스탄의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들려줬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바그너의 <발퀴레>를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홍콩 필하모닉과 음반으로 녹음하고, 베를린 필하모닉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협연하는 등 전세계 바그네리안의 사랑을 받고 있는 테너다. 그와 호흡을 맞출 이졸데는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세계적인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가 맡는다. 그녀는 조산사, 간호사로 근무하다 뒤늦게 성악에 입문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6년 연속 브륀힐데 역을 맡아 기립 받수를 이끌어낸 바 있으며 2022년부터 이졸데 역할을 꾸준히 맡아왔다.
또다른 트리스탄에는 테너 브라이언 레지스터가 출연한다. 헬덴테너 영역에서 보기 드문 바리톤풍 음색과 극적인 표현력을 자랑하는 그는 2023년 메르키 연출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두고 평론가들로부터 “괴물같은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졸데의 또다른 캐스팅은 체코 출신의 드라마틱 소프라노 엘리슈카 바이소바다. 메조소프라노로 데뷔했으나 2018년부터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전향하여 <토스카>, <투란도트>, <나부코> 등을 거쳐 바그너 레파토리를 연이어 소화하고 있다. 그녀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섬세한 감정선은 국내 초연 무대에 신선한 긴장감을 더할 것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공동 주최하고 예술의전당이 후원하는 이번 무대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키워드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바그너의 예술세계를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역사적 무대가 될 것이다.
한편,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2026년 3월, 공연영상화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https://www.knomyopera.org/ott/vodList) 홈페이지를 통해서 고품질의 VOD로 다시 만날 수 있다.